금리 숫자 두 개만 비교하면 답이 어긋납니다
여윳돈이 생겼을 때 대출을 갚을지 적금이나 예금에 둘지는 흔한 고민입니다. 대출금리 5.5%, 예금금리 4.0%라면 대출 상환이 유리해 보입니다. 방향은 대체로 맞지만, 판단 근거는 단순한 1.5%포인트 차이가 아닙니다.
일반 과세 예금의 이자에는 통상 15.4%의 세금이 붙습니다. 연 4.0% 상품의 세후 수익률은 약 3.384%입니다. 반면 대출 원금을 줄여 아낀 이자는 별도의 세금을 떼지 않는 확정 절감액에 가깝습니다. 같은 2,000만원이라면 1년 기준 대출이자 절감액은 약 110만원, 예금 세후 이자는 약 67만6,800원입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면 차이는 42만3,200원입니다.
이 비교가 중요한 이유는 “예금 4%도 꽤 높다”는 인상보다 실제 통장에 남는 돈이 의사결정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손익분기 예금금리는 이렇게 계산합니다
일반 과세 상품끼리 1년을 비교하는 단순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익분기 예금금리 = 대출금리 ÷ (1 - 이자소득세율)
대출금리가 연 5.5%라면 손익분기 예금금리는 약 6.50%입니다. 세전 6.5% 정도는 받아야 대출 5.5%를 갚는 것과 세후 결과가 비슷해진다는 뜻입니다. 비과세나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상품은 세후 수익률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투자상품과 비교할 때는 더 엄격해야 합니다. 주식이나 채권형 상품의 기대수익률은 확정되지 않지만 대출 상환으로 줄어드는 이자는 계약상 거의 확정된 비용입니다. 기대수익률 7%와 대출금리 5.5%를 같은 저울에 올리려면 변동성과 손실 가능성까지 가격표에 붙여야 합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첫해 계산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대출 약정에 중도상환수수료가 남아 있다면 상환액, 적용 요율, 잔존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금융회사 약정서에는 보통 상환금액과 수수료율, 대출 잔여일수 비율을 반영하는 방식이 적혀 있습니다. 상품과 실행 시점에 따라 계산법이 달라 실제 앱의 예상 수수료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예를 들어 2,000만원을 갚을 때 실제 수수료가 12만원이라면 첫해의 순절감액은 110만원이 아니라 98만원입니다. 그래도 앞선 예금 세후 이자 67만6,800원보다 약 30만3,200원 많습니다. 다만 남은 대출 기간이 짧을수록 앞으로 아낄 이자가 작아져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리금균등상환 대출은 원금이 매달 줄어듭니다. 정밀 비교를 하려면 ‘상환하지 않았을 때의 상환표’와 ‘일부 상환 뒤 상환표’를 나란히 놓고 총이자 차이를 봐야 합니다.
계산상 상환이 유리해도 현금을 남겨야 하는 경우
대출 상환은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돈을 갚은 뒤 갑자기 병원비나 이사비가 필요해 새로 빌리면, 예전보다 높은 금리와 심사 조건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윳돈 전부를 상환하기보다 필수지출 3~6개월치 비상금을 먼저 분리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 1년 안에 확정된 큰 지출이 있다면 그 금액은 현금성 자산으로 남깁니다.
- 금리우대 조건을 잃거나 한도 재사용이 불가능한 대출인지 확인합니다.
- 세액공제·정부기여금처럼 단순 이자 이상의 혜택이 있는 저축은 별도로 평가합니다.
- 변동금리 대출은 앞으로 금리가 오를 때의 절감 효과도 함께 봅니다.
비상금까지 대출에 넣었다가 카드론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다시 빌리면 가장 비싼 방식으로 유동성을 되사는 셈이 됩니다.
피플로의 판단: 수익률보다 현금의 역할부터 나누세요
이 문제를 “빚이 싫다”와 “현금을 들고 싶다”의 감정 대결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돈을 세 바구니로 나누면 판단이 선명해집니다. 생활비와 비상금은 유동성 바구니, 가까운 목표자금은 만기 관리 바구니, 남는 돈은 부채 축소 바구니입니다.
그다음 부채 축소 바구니에서 금리가 가장 높은 대출부터 세후 확정수익률과 비교합니다. 이 순서는 높은 금리 상품을 찾아 이동하는 것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손실 가능성 없이 매달 현금흐름을 개선합니다. 다만 상환 뒤 재차 대출할 가능성이 높다면 절감 이자보다 유동성 가치가 더 클 수 있습니다.
결정 전에 적어볼 다섯 숫자
- 현재 대출 잔액과 적용금리
- 중도상환 예정액과 실제 수수료
- 저축상품의 세후 수익률
- 대출의 남은 기간과 상환 방식
- 상환 후에도 남는 비상금 개월 수
다섯 숫자를 적은 뒤 총이자 절감액이 저축의 세후 이자보다 크고 비상금도 충분하다면, 대출 상환은 가장 이해하기 쉬운 확정수익 선택이 됩니다. 반대로 현금이 빠듯하거나 특별한 절세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면 일부만 갚는 절충안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