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AI 뉴스에 소프트웨어 주식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이상했다. 요금제를 하나씩 열어 보니 기준이 갈렸다. 좌석 수로 받느냐, 처리량으로 받느냐였다.
먼저 결론 3줄
- AI가 사람을 대신하면 좌석 수로 돈을 받던 소프트웨어는 매출이 줄어듭니다. 2026년 2월 소프트웨어 주식이 한꺼번에 밀린 이유입니다.
- 그런데 같은 AI가 데이터 처리량은 늘립니다. 사용량으로 돈을 받는 쪽에는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 즉 같은 뉴스가 과금 단위에 따라 호재도 되고 악재도 됩니다. "AI 수혜/피해"로 뭉뚱그리면 방향을 놓칩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을 볼 때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AI를 쓰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세어서 청구하는가"입니다.
SaaS가 팔아온 것은 사실 좌석이었다

SaaS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파는 대신 인터넷으로 접속해 쓰고 매달 사용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고객관리(CRM), 인사, 협업 도구가 대표적입니다.
이 모델의 매출 공식은 단순했습니다.
매출 = 계정 수 × 계정당 월 요금
계정은 대개 사람 한 명당 하나입니다. 그래서 고객사가 직원을 늘리면 자동으로 매출이 늘었습니다. 영업이 새 고객을 따오지 않아도 기존 고객이 성장하면 따라 커지는 구조였고, 지난 10년간 이 업종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공식이 고객사의 직원 수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그게 순풍이었습니다.
2026년 2월에 벌어진 일
2026년 2월, 소프트웨어 주식에서 48시간 만에 약 2,85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방아쇠는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제품의 등장이었습니다.
시장이 세운 계산은 단순합니다.
- AI 에이전트 10개가 직원 100명의 일을 대신한다면
- 필요한 소프트웨어 계정도 100개에서 10개로 줄어들고
- 그 소프트웨어 회사의 매출은 90% 줄어든다
이 공포에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이름까지 붙었습니다. 특히 고객 응대와 콘텐츠 제작처럼 AI가 이미 상당 부분을 처리하는 영역이 먼저 지목됐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하락이 실적이 나빠져서 온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계정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먼저 가격에 반영됐습니다.
업계도 움직였습니다. 2026년 4월 SaaS 경영진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7%가 2년 안에 좌석 기반 과금을 접겠다고 답했습니다. 지금 가장 흔한 형태는 고정 좌석 요금에 AI 기능 사용분을 크레딧으로 얹는 혼합형입니다.
같은 AI가 늘리는 것, 사용량
그런데 AI가 업무를 대신할 때 줄어드는 것은 사람이지 일의 양이 아닙니다. 오히려 늘어납니다.
급여 정산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이 하면 근태·기본급·수당·공제를 눈으로 확인하며 한 달에 한 번 처리합니다. AI가 대신하면 이렇게 바뀝니다.
| 사람이 할 때 | AI가 할 때 | |
|---|---|---|
| 주기 | 월 1회 | 필요하면 매일 |
| 범위 | 시간이 없어 표본만 | 전체 데이터를 매번 조회 |
| 과정 | 담당자 판단으로 생략 | 수집·결합·검증·리포트를 모두 기록 |
사람은 시간이 제한돼 있어 표본으로 봅니다. AI는 전수에 가깝게 훑고, 싸지면 더 자주 돌립니다. 직원 한 명이 사라진 자리에 훨씬 많은 조회와 연산이 들어섭니다.
그래서 좌석 수와 데이터 사용량은 반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좌석으로 돈을 받는 회사에는 악재인 변화가, 사용량으로 돈을 받는 회사에는 호재가 됩니다.
그래서 갈리는 지점, 무엇을 세어서 청구하나

과금 단위별로 AI가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는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과금 단위 | 매출 공식 | AI 확산의 방향 |
|---|---|---|
| 좌석 (계정 수) | 사람 수 × 요금 | 불리 — 사람이 줄면 계정도 줌 |
| 사용량 (연산·저장·조회) | 처리량 × 단가 | 유리 — 자동화될수록 처리량 증가 |
| 성과 (처리 건수·결과) | 결과 수 × 단가 | 중립~유리 — 일의 총량에 연동 |
| 혼합 | 고정 좌석 + 사용 크레딧 | 비중에 따라 갈림 |
데이터를 모아 두고 처리한 만큼 청구하는 데이터 플랫폼이 두 번째 유형의 대표입니다. 저장한 용량과 돌린 연산으로 값을 매기므로 고객사의 직원 수와 매출이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업종이 아니라 계약서라는 점입니다.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라도 무엇을 세어 청구하는지에 따라 같은 뉴스가 반대로 작용합니다. 업종 지수나 테마로 묶어 보면 이 차이가 지워집니다.
과금 구조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
그렇다고 "사용량 기반이면 괜찮다"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반대 방향의 위험이 따로 있습니다.
1) 위층이 아래층을 흡수할 수 있다
AI 모델을 만드는 쪽이 기업 데이터 연결 기능을 직접 강화하면, 중간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경로가 생깁니다. 사용량 과금이라도 그 사용량이 다른 곳에서 발생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다만 이 대체가 쉽지 않은 이유도 분명합니다.
- 데이터가 계속 흘러들어옵니다. 한 번 올려놓고 끝이 아니라 여러 시스템에서 초 단위로 들어오는 것을 지속적으로 맞춰야 합니다.
- 권한을 잘게 나눠야 합니다. 어느 부서 누가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가 기업에서는 필수입니다.
- 데이터가 국경과 규제를 넘지 못합니다. 금융·의료·공공은 보관 위치와 조회 이력까지 남겨야 합니다.
2) 전환 자체가 비용이다
좌석 과금을 접겠다고 답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바꾸는 동안 매출이 흔들립니다. 기존 계약을 다시 쓰는 기간에는 성장률이 눌리고 예측이 어려워집니다. 방향이 맞아도 그 구간을 통과해야 합니다.
3) 사용량은 경기에도 연동된다
쓰는 만큼 받는다는 것은 고객이 지출을 줄이면 즉시 반영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좌석 구독이 주던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는 대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소프트웨어 기업을 볼 때 점검할 항목으로 정리합니다.
- 무엇을 세어서 청구하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사람 수인지, 처리량인지, 결과 건수인지. 이것 하나로 AI 뉴스의 방향이 갈립니다. 사업보고서와 요금 페이지에 적혀 있습니다.
- 혼합형이라면 비중을 보세요. 고정 좌석료가 대부분인지, 사용 크레딧이 대부분인지에 따라 성격이 다릅니다.
- 고객사의 직원 수에 매출이 묶여 있는지 보세요. 묶여 있다면 고객사의 인력 감축이 그대로 매출 감소입니다.
- 하락이 실적 때문인지 기대 때문인지 구분하세요. 계약 잔액(수주 후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은 금액)이 늘고 있는데 주가만 빠졌다면, 숫자보다 심리가 먼저 움직인 경우입니다.
- 위층의 침범 가능성을 보세요. 그 회사가 하는 일을 모델 공급자나 클라우드 사업자가 직접 해버릴 수 있는지, 그렇게 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야 합니다.
- 업종으로 묶지 마세요. "소프트웨어"나 "AI 수혜주" 같은 묶음 안에서 과금 구조가 정반대인 기업들이 함께 담깁니다. 같이 빠질 때는 구분되지 않다가 나중에 갈립니다.
공포가 업종 전체를 한 번에 누를 때, 그 공포의 논리가 그 회사에도 적용되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적용되지 않는데 함께 빠졌다면 그건 기업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분류가 거칠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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