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단기채에만 묵혀두기 아깝다면, 중기 국채라는 선택

김현성
미국 100달러 지폐의 금박 숫자 100과 독립선언문 활자를 확대한 사진
현금을 어디에 둘 것인가. 방향을 모르는 국면에서는 만기 선택이 수익률보다 먼저다.

먼저 결론 3줄

  • 지금은 방향을 모르는 국면입니다. 인하냐 동결이냐를 넘어 인상 가능성까지 논의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럴 때는 한쪽에 거는 것보다 어느 쪽이 와도 크게 다치지 않는 자리가 낫습니다.
  • 그 자리가 중기 국채(만기 3~7년)입니다. 장기채만큼 금리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단기채보다 높은 이자를 몇 년 붙잡아둘 수 있습니다.
  • 핵심은 이자가 손실을 깔아주는 비대칭입니다. 금리가 내리면 이자와 자본이득을 함께 받고, 올라도 이자가 가격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합니다.

앞서 다룬 채권 60/40 편이 "채권이 주식의 방패가 되는가"였다면, 이 글은 채권 안에서 어느 만기를 고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금리 곡선, 만기별로 이렇게 다릅니다

지금 금리 곡선, 만기별로 이렇게 다릅니다 내용을 설명하는 에디토리얼 이미지
지금 금리 곡선, 만기별로 이렇게 다릅니다의 핵심 내용을 시각화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공개하는 일별 국채 수익률 기준입니다.

만기2026.03.312026.06.052026.08.073월 대비
3개월3.70%3.78%3.87%+17bp
1년3.68%3.88%4.01%+33bp
2년3.79%4.17%4.19%+40bp
5년3.92%4.29%4.35%+43bp
7년4.11%4.41%4.49%+38bp
10년4.30%4.55%4.65%+35bp
30년4.88%5.01%5.19%+31bp

두 가지가 보입니다.

  • 봄에는 중기 구간이 가장 크게 뛰었습니다. 3월 말 대비 2~5년 구간이 40bp 안팎 올랐습니다. 인상 가능성이 논의에 오르면서 정책금리 기대를 직접 반영하는 구간이 먼저 맞은 것입니다.
  • 최근 두 달은 장기 구간이 더 올랐습니다. 6월 초 이후 30년물이 18bp 오르는 동안 2년물은 2bp 움직였습니다. 이 구간의 상승은 정책 기대보다 재정·발행 물량과 인플레이션 우려 쪽 이야기입니다.

만기마다 금리를 움직이는 힘이 다르다

채권 금리는 크게 두 조각으로 나뉩니다.

구성내용
정책금리 기대그 기간 동안 중앙은행이 금리를 평균 얼마로 가져갈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
기간 프리미엄돈을 오래 묶어두는 불확실성에 대한 추가 보상

만기가 짧을수록 앞의 비중이, 길수록 뒤의 비중이 커집니다.

  • 2년물은 사실상 "앞으로 2년간 정책금리 평균은 얼마일까"에 대한 답입니다. 5년물은 5년치 평균입니다.
  • 10년·30년물은 정책 기대보다 장기 인플레이션과 국채 발행 물량에 좌우됩니다. 국채가 많이 발행되면 가격이 눌리고,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니 금리가 오릅니다.
같은 국채라도 단기·중기는 중앙은행에, 장기는 인플레이션과 수급에 휘둘립니다.

소나기 비유: 왜 중기 구간이 먼저 맞았나

인상 사이클을 특정 시간대에 잠깐 쏟아지는 소나기라고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구간비유결과
단기채 (3개월~1년)소나기가 오기 전에 집에 들어가는 사람거의 안 젖는다 — 금리 변화가 작다
중기채 (2~7년)소나기가 쏟아지는 시간대를 길 위에서 통과가장 크게 맞는다 — 인상 국면 전체가 수명 안에 들어온다
장기채 (10~30년)30년을 걷는 중 지나가는 한 구간평균에 희석된다. 대신 기후 변화(인플레·발행량)를 걱정

실제로 3월 말 이후 2~5년 구간이 가장 크게 올랐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충격이 정확히 그 구간에 꽂혔습니다.

핵심: 이자가 만드는 비대칭

핵심: 이자가 만드는 비대칭 내용을 설명하는 에디토리얼 이미지
핵심: 이자가 만드는 비대칭의 핵심 내용을 시각화했습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풀어야 합니다. "많이 맞았으니 싸다"는 저가매수 논리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출발 금리가 4%대라는 사실입니다.

중기채 ETF의 듀레이션은 대략 4~6년입니다. 금리가 1%p 움직이면 가격이 4~6%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매년 받는 이자가 얹힙니다.

시나리오가격이자합계(1년 기준 근사)
금리 1%p 하락+5%+4%약 +9%
금리 변화 없음0%+4%약 +4%
금리 1%p 상승-5%+4%약 -1%

(듀레이션 5년·이자 4% 가정의 개념 계산입니다.)

이기는 쪽에서는 자본이득과 이자를 함께 받고, 지는 쪽에서는 이자가 손실을 거의 덮습니다. 손익이 위로 기울어진 비대칭이 만들어집니다.

양 극단은 이 비대칭을 못 만듭니다. 단기채는 이자 쿠션은 있지만 자본이득 여지가 거의 없고, 장기채는 듀레이션이 15~20년이라 지는 쪽 손실이 이자를 압도합니다.

헷갈리는 지점, '민감한데 안 다친다'는 모순?

앞의 두 문장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 많이 떨어진 이유: 중기채는 인상 기대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 앞으로 괜찮은 이유: 중기채는 금리가 움직여도 손실이 제한적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레버를 말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레버의미어느 문장
충격이 어느 구간에 꽂히나인상 뉴스는 2~5년 금리를 콕 집어 올린다떨어진 이유
같은 금리 변화에 가격이 얼마나 반응하나(듀레이션)1%p당 중기 5%, 장기 15~20%괜찮은 이유

정리하면 "충격은 여기 꽂혔지만, 꽂힌 충격에 대한 가격 반응은 장기채보다 작다"입니다. 모순이 아닙니다.

실제로 살 수 있는 것, 만기별 사다리

미국 상장 국채 ETF를 만기 순으로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티커담는 만기성격
SGOV0~3개월사실상 현금 파킹.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SHY1~3년단기와 중기 사이의 다리
IEI3~7년순수 중기 구간. 금리 민감도가 좁게 관리된다
VGIT3~10년중기이되 10년까지 담아 IEI보다 듀레이션이 길다
SCHR3~10년VGIT과 유사한 성격
TLT20년 이상장기채. 방향에 거는 베팅에 가깝다

같은 "중기"라도 IEI와 VGIT은 성격이 다릅니다. 변동을 더 줄이고 싶으면 IEI, 금리 하락 시 상승 여지를 더 원하면 VGIT 쪽입니다.

국내 계좌에서 접근한다면 국내 상장 미국채 ETF(만기 구간별로 여러 종)도 있습니다. 다만 환헤지 여부와 과세 방식이 성과를 좌우하므로 이 부분은 ETF 숨은 비용 편을 함께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편: 중기채가 틀릴 수 있는 경우

  • 인플레이션이 다시 붙는 경우. 물가가 재점화되면 곡선 전체가 위로 밀립니다. 중기채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자 쿠션이 덮을 수 있는 폭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재정 문제가 커지는 경우. 발행 물량 압력은 장기 구간이 먼저 받지만, 심해지면 중기 구간까지 번집니다.
  • 주식 대비 기회비용. 위험자산이 계속 오르는 국면에서 연 4%대는 초라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이건 안전자산의 숙명입니다.
  • 환율. 원화 투자자에게는 채권 수익률보다 환율 변동이 더 클 수 있습니다. (환율 편)
  • "많이 빠졌으니 반등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금리가 이 수준에서 몇 년 더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수익은 이자만 남습니다 — 나쁘지 않지만 기대와는 다릅니다.

정리: 고르기 전 확인할 것

  1. 이 돈의 사용 시점을 먼저 정합니다. 1년 안에 쓸 돈이면 중기채가 아니라 단기채·현금성입니다.
  2. 듀레이션 숫자를 확인합니다. 상품 페이지에 표기됩니다. 금리 1%p당 몇 % 흔들릴지가 여기서 바로 나옵니다.
  3. 세후·환헤지 기준으로 비교합니다. 표면 수익률만으로는 비교가 끝나지 않습니다.
  4. 물가 지표를 국면 스위치로 둡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면 이 논리의 전제가 흔들립니다.
  5. 한 번에 넣지 않습니다. 방향을 모른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전략이므로, 진입도 나눠서 하는 편이 일관됩니다.

안개가 짙을 때의 정답은 더 세게 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와도 살아남는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중기 국채는 그 자리에 가장 가깝습니다.

※ 금리 수치는 미 재무부가 공개하는 일별 국채 수익률(2026년 8월 7일 기준)입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언급된 ETF는 만기 구간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입니다.